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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안성 고속도로 붕괴, "안전불감증이 부른 인재(人災)"
  • 한선미 기자
  • 등록 2025-08-21 09: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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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건설사고조사위, 전도방지시설 임의 제거·안전기준 위반 지적

[일간환경연합 한선미 기자] 지난 2월 25일 오전 9시 50분경 발생한 세종안성 고속도로 청용천교 붕괴 사고의 원인이 `인재(人災)`로 공식 지목됐다.

 

사고가 난 세종-포천 고속도로 사고 구간 `국도 34호선` 개통 사진 

국토교통부 건설사고조사위원회(사조위)는 사고의 직접적 원인을 `전도방지시설 임의 제거`와 `안전인증 기준을 위반한 장비 운용`으로 결론짓고, 부실한 현장 관리·감독과 불법 하도급 등 총체적 안전 관리 미흡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음을 밝혔다.

 

이 사고로 인해 4명이 사망하고 6명이 부상당하는 안타까운 인명 피해가 발생했으며, 교량 거더 24본 등이 붕괴·파손됐다.

 

전도방지시설 임의 해체가 붕괴 결정타

 

국토교통부(장관 김윤덕)는 붕괴 사고 발생 직후인 2월 28일부터 오홍섭 교수를 위원장으로 한 민간 전문가 12명으로 구성된 사조위를 출범시켜 사고 원인 규명에 나섰다.

 

사조위는 3회에 걸친 현장 조사와 2회의 관계자 청문, 14회에 달하는 회의를 통해 객관적인 사고 원인을 파악했다.

 

특히 사고조사의 정확성과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CCTV 영상 분석과 3D 모델링을 통한 다양한 붕괴 시나리오별 구조해석을 진행했다.

 

그 결과, 런처 후방 이동 등 동일한 조건에서도 전도방지시설인 스크류잭이 제거되지 않았을 경우에는 거더가 붕괴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당시 현장에서는 거더 안정화를 위해 가로보 타설 및 양생 작업 이후에 해체해야 할 전도방지시설을 작업 편의를 위해 미리 제거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전체 120개의 스크류잭 중 72개가 이미 제거된 상태였고, 전도방지 와이어 또한 제거되어 있었다.

 

스크류잭 정면(위), 측면(아래 

사고가 난 청용천교와 같이 내진성능이 우수한 양방향 면진받침 위에 거더를 직접 거치한 상황에서는 가로보 타설 전 임시 받침을 제거할 경우 전도에 매우 취약하다는 점이 지적됐다.

 

안전인증 위반한 런처 운용, 총체적 관리·감독 부실

 

이번 사고의 또 다른 주요 원인은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인증 기준을 위반한 런처 후방 이동 작업이었다.

 

해당 런처 장비는 전방 이동 작업에 대해서만 안전인증을 받았지만, 시공사는 후방 이동 작업을 포함하여 안전관리계획서를 작성했고, 발주청까지 이를 승인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조위는 관리·감독 부실도 심각했다고 지적했다. 한국도로공사의 자체 매뉴얼에 따라 임시시설에 대한 검측은 시공사에게 맡겨졌고, 시공사는 하도급사가 전도방지시설을 제거한 사실을 전혀 파악하지 못했다.

 

또한 안전관리계획서 검토도 부실했고, 관계 전문가가 가설 구조물의 구조적 안전성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시공계획에 명시된 런처 운전자와 사고 당일 작업일지의 운전자가 달랐고, 작업 도중 운전자가 다른 크레인 조종을 위해 현장을 이탈하는 등 전반적인 현장 관리·감독이 허술했던 점도 드러났다.

 

부실 시공 흔적도 발견

 

사고 이후 현장에 남아있는 교각과 교대에 대한 안전성 확인 결과, 부실 시공의 흔적도 발견됐다.

 

다리 시작점 기둥인 A1 교대의 콘크리트 압축 강도는 설계기준(35MPa)의 84.5% 수준인 29.6MPa에 불과해 시방서 기준(85%)에 다소 미달했다.

 

또한 CCTV 영상 분석 결과, 거더 붕괴 당시 P4 교각의 기둥과 기초 접합부에 순간적으로 23cm의 횡변위가 발생하며 손상이 확인됐다. 이와 함께 미 붕괴 거더에서도 기준치인 55mm를 초과하는 60~80mm의 횡만곡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조위는 향후 발주청의 정밀조사를 통해 이들 구조물에 대한 보수 또는 재시공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재발 방지 대책, 안전 시스템 전반에 걸친 개선 추진

 

사고조사위원회는 다시는 이 같은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제도적·기술적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할 것을 제안했다.

 

이에 국토교통부는 사조위의 제안을 전적으로 수용하여, 전도방지시설 해체 시기 기준 마련, 건설사업관리자의 관리·감독 의무 현실화, 거더의 횡만곡 및 솟음 관리 강화, 런처 등 건설장비 전문가 검토 강화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특히 국토교통부는 `교량 공사 표준시방서`를 개정해 전도방지시설은 가로보 타설 및 양생 이후 건설사업관리기술인의 승인을 거쳐 해체하도록 규정할 예정이다.

 

또한 `기술자문위원회 운영규정`을 개정해 런처 등 특정공법에 대해서는 기술자문 시 건설장비 전문가가 반드시 참여하도록 의무화할 방침이다.

 

아울러 `건설공사 안전관리계획서 작성 매뉴얼`을 개정해 안전인증 기준 준수 여부와 장비 선정의 적정성 등에 대한 검토를 강화한다.

 

사조위 활동과는 별도로, 국토교통부 특별점검단은 사고가 발생한 세종-안성 고속도로 9공구에 대해 4월 중 특별점검을 실시했다. 점검 결과, 총 14건의 위반 사례가 적발됐다.

 

여기에는 정기 안전점검 결과 미제출(4건) 등 안전관리 미흡 사례, 콘크리트 압축강도 품질시험 누락(1건) 등 품질관리 미흡 사례, 그리고 건설업 무등록자에 대한 하도급 등 불법하도급 사례(9건)가 포함됐다.

 

국토교통부는 이번 사조위 조사 결과와 특별점검 결과를 관계부처 및 지자체에 즉시 통보하고, 해당 법령에 따라 벌점·과태료 부과 및 영업정지 처분 등 엄중한 조치를 취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사고 사례를 전파하고, 취약 시기 현장점검을 수시로 진행하여 재발 방지 대책 이행 여부를 지속적으로 확인할 예정이다.

 

오홍섭 사조위 위원장은 "다시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국토교통부 등 관계기관의 조속한 제도 개선이 이루어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번 사고 조사 결과는 국토교통부 누리집과 건설안전 종합정보망을 통해 일반에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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