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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이정 필 삼청첩」등 9건 ‘보물’ 지정 예고
  • 신상미 기자
  • 등록 2018-03-23 15: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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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간환경연합 신상미 기자]문화재청(청장 김종진)은 「이정 필 삼청첩」등 조선 중․후기 서화가들의 작품 6건과 전적(典籍), 불화 등 3건을 포함해 총 9건을 보물로 지정 예고하였다. 

  
이번에 보물 지정 예고에는 문화재청이 간송미술문화재단과 협력해 그동안 국가지정에서 소외되었던 조선 시대 서화가들의 작품을 발굴하여 가치를 재평가한 결과, 추사 김정희(秋史 金正喜) 외 이정(李霆), 이징(李澄), 심사정(沈師正), 김득신(金得臣) 등 보물 지정이 처음으로 이루어진 예술가들의 작품이 포함되었다. 분야 역시 사군자, 화조화, 풍속화 등 다양하게 걸쳐 있어 앞으로 해당 분야에 대한 지정정책의 합리성을 높이고 보존관리 환경을 마련할 수 있는 기반이 촉진될 것으로 기대한다.


「이정 필 삼청첩(李霆 筆 三淸帖)」은 조선 시대 묵죽화(墨竹?)를 대표하는 인물인 탄은 이정(灘隱 李霆, 1554~1626)의 작품으로, 그가 중년에 이른 시점인 1594년(선조 27년) 12월 12일 충남 공주에서 그린 것이다.

 

감색으로 물들인 비단 위에 매화, 난초, 대나무를 금니(金泥, 금물)로 그렸으며 식물의 생태(生態)와 형상을 매우 우아하고 정교한 필치로 묘사하였다. 조선 시대 사군자화의 흐름을 파악하는 데에 중요한 작품이자 조선 시대 최고의 묵죽화가 이정의 수준 높은 필력(筆力)을 보여주는 대표작이라는 점에서 학술적‧예술적 가치가 높다.  
  

「이징 필 산수화조도첩(李澄 筆 山水花鳥圖帖)」은 조선 중기를 대표하는 화가 허주 이징(虛舟 李澄, 1581년~미상)의 그림을 모은 첩으로 이식(李植, 1584~1647년), 이명한(李明漢, 1595~1645년) 등 당대 유명 문인들의 시문 37점이 함께 수록되어 있다. 이 서화첩은 이징의 62세 무렵인 1652년(인조 20년) 경 제작된 것으로, 당시 이징은 도화서(圖畵署) 교수(敎授)로 활약하며 예술적 기량이 최고조에 이른 시기였다.  


이 서화첩은 이징이 화조(花鳥)‧영모(翎毛) 분야를 비롯해 산수 역시도 17세기 회화를 선도한 역량을 보여주고 있으며, 그의 작품세계를 이해하는 기준작으로서 의미가 크다.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시서화 합벽첩(合璧帖)이자 조선 중기 산수화 조화 중 드물게 작가와 제작 시기를 알 수 있는 작품이어서 한국 회화사 연구의 중요한 편년작으로 가치가 높다.
 


「심사정 필 촉잔도권(沈師正 筆 蜀棧圖卷)」은  조선 후기 대표적인 문인화가 현재 심사정(玄齋 沈師正, 1707~1769년)이 죽기 1년 전인 1768년 8월에 당나라 시인 이백(李白)의 시 「촉도난(蜀道難)」을 주제로 하여 촉(蜀)으로 가는 험난한 여정을 그린 대규모 산수화이다.

 

기이한 절벽과 험준한 바위가 촉도(蜀道)의 험난한 여정을 시사하는 듯 변화무쌍한 자연의 아름다움을 다양한 색감과 치밀한 구성으로 생동감 있게 표현하였다. 심사정이 평생에 걸쳐 이룩한 자신의 모든 화법(畵法)을 집성하여 8m에 이르는 화면 위에 완성한 작품으로 동아시아 산수화의 수준 높은 경지를 보여주는 역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김득신 필 풍속도 화첩(金得臣 筆 風俗圖 畵帖)」은 조선 후기 화가 긍재 김득신(兢齋 金得臣, 1754~1822년)이 그린 풍속도 8점으로 이루어진 화첩이다. 김득신은 본관이 개성으로, 백부 김응환(金應煥), 동생 김석신(金碩臣), 아들 김하종(金夏鐘)으로 이어진 18세기 이름난 직업화가(畵員, 화원) 가문 출신이다. 


이 화첩은 화가로서 김득신의 기량을 잘 보여주는 작품으로, 상황과 역할에 따른 인물들의 움직임을 절묘하게 포착한 섬세한 감각이 돋보인다. 조선 시대 서민들의 일상을 담담하면서 해학적인 감성으로 표현했으며, 구도와 인물묘사, 공간감 등에 있어 김홍도 풍속화를 계승하면서도 인물의 표정과 심리묘사에 능했던 김득신의 개성이 드러난 대표작이다.
   
「김정희 필 서원교필결후(金正喜 筆 書員嶠筆訣後)」는 추사 김정희(秋史 金正喜, 1786~1856년)가 조선 후기 서예가 이광사(李匡師, 1705~1777)가 쓴 『서결‧전편』의 자서(自序)에 해당하는 부분에 대해 비판한 글을 행서(行書, 약간 흘려 쓴 한자 서체)로 쓴 것이다.

 

김정희의 친필 원고이자 이광사의 서예 이론을 전반적으로 검토하면서 자신의 견해를 서술한 것으로, 글씨를 연마하는데 있어 금석문 고증의 필요성을 강조한 내용은 우리나라 서예이론 체계를 연구하는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해 준다. ‘서원교필결후’는 김정희 서예이론의 핵심을 담고 있는 글이자 조형성이 뛰어난 추사체(秋史體)의 면모가 잘 드러나 있어 조선 말기 서예사 연구에 있어 중요한 작품이다.


「김정희 필 난맹첩(金正喜 筆 蘭盟帖)」은 묵란화(墨蘭畵) 16점과 글씨 7점을 수록한 서화첩으로, 김정희의 전담 장황사(粧?師, 표구장인) 유명훈(劉命勳)에게 선물로 주기 위해 제작한 것이다. 글씨 뿐 아니라 사군자(四君子)에도 능했던 김정희는 관련 작품을 여럿 남겼지만 「난맹첩」처럼 묵란만 모은 사례는 이 작품이 유일하다. 


이 서화첩은 난의 형상을 서예적 필법으로 표현한 한편, 조형성을 염두에 둔 경물 배치와 인장(印章) 등이 한 화면에 어울리게 구현한 김정희의 감각이 유감없이 발휘된 대표작이다. 아울러 후대 화가들의 작품 활동에 큰 영향을 끼친 작품으로서 미술사적 가치가 매우 높다. 

「감지은니 범망경보살계품(紺紙銀泥梵網經菩薩戒品)」은 보살(수행자)이 갖춰야할 마음의 자세와 실천덕목을 담은 경전으로, 14~15세기에 활동한 승려 대연(大然)이 주도하여 만든 것이다. 절첩(折帖) 형식으로 앞부분에는 설법 중인 부처를 비롯해 제자들을 금니(金泥)로 섬세하게 그린 변상도(變相圖)가 수록되었다. 이처럼 변상도를 갖춘 조선 시대 사경(寫經)은 매우 드물며, 그 중에서도「범망경」은 「백지금니범망보살계경」(1364년, 보물 제1714호) 등 소수가 알려져 있을 뿐이다.


이 경전은 조선 시대에는 드문 형태의 사경이라는 점, 수준 높은 변상도를 갖춘 점, 그리고 한국 불교 계율의 기초가 성립된 과정을 보여주는 자료라는 점에서 불교사‧서지학‧미술사학적으로 중요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


「송조표전총류 권6~11(宋朝表箋總類 卷6~11)」는 왕실의례에서 국왕에게 올리는 표문(表文)과 전문(箋文)의 작성에 참고하기 위해 송나라의 표전 중 모범이 될 만한 내용을 모아 놓은 참고용 책으로, 1403년(태종 3년)에 편찬되었다. 
 
1403년에 주조된 금속활자인 계미자(癸未字)로 인쇄한 것으로, 현존하는 사례가 매우 희귀하며 완질본(完帙本) 역시 찾아보기 힘들다. 이 책은 현재 국보 제150호로 지정된 「송조표전총류 권7」에 비해 수록범위가 넓은 것이 특징이다. 자료의 보존 상태가 양호하며 조선 개국 후 처음으로 국가에서 만든 금속활자로 인쇄한 책인 만큼 고려와 조선의 활자 주조 연구에 있어 귀중한 자료로 평가된다.
  
「대곡사명 감로왕도(大谷寺銘 甘露王圖)」는 1764년 불화승(佛畵僧) 치상(雉翔)을 비롯해 모두 13명의 화승이 참여해 그린 것으로, 화기(畵記)가 일부 손상됐으나 ‘대곡사(大谷寺)’라는 문구를 통해 원래 경상북도 의성 대곡사에 봉안(奉安)되었던 불화로 추정되는 작품이다.

 

상단에는 칠여래(七如來)를 비롯한 불‧보살이, 중․하단에는 의식장면과 아귀와 영혼들, 생활 장면 등이 짜임새 있는 구도 속에 그려져 있다. 온화하고 부드러운 색조가 조화를 이루어 종교화로서 숭고하고 장엄한 화격(畵格)을 유감없이 보여주는 작품이다.


‘대곡사명 감로왕도’는 제작 시기가 분명하고 봉안사찰, 시주자명, 제작주체 등을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어 18세기 불화 연구의 기준작으로서 가치가 높다.

     
이번에 지정 예고한 「이정 필 삼청첩」등 9건에 대해 30일간의 예고 기간 동안 각계의 의견을 수렴·검토하고 문화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국가지정문화재(보물)로 지정할 예정이다. 문화재청은 앞으로도 다양한 분야의 문화재를 지속해서 발굴해 국가지정문화재(국보‧보물)의 제도 아래 귀중한 문화재가 안전하게 보존관리 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고자 노력할 것이다.



<이정 필 삼청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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